2019. 12. 27. 14:24ㆍDayday
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아는 동생을 만났다.
/ 너 뭐야! 왜 여기에 있어!
/ 누나는 왜 여기에 있어요?!
몇 닻 전에도 한번 이렇게 뜻하지 않게
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마주쳤을 때 위와 똑같은 대사가 오고 갔었다.
만일 둘 중 한 명이라도흑심을 품고 있었다면?
/ 이건 운명이야!
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.
무언가 의미부여를 계속하고 있었을지도.
우연과 필연(or) 운명 이 간극은 참 묘하게 재밌는 것 같다.
5년의 끝무렵 찾아온 우연이 내게 그랬다.
/ 그런 건 없어요. 그건 스스로가 만드는 거예요.
사전을 보면 아무런 인과 관계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을 우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.
나와 상대방의 의지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,
그렇기에 이런 우연을 마주했을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당연하다.
단, 무슨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.
여러 번의 우연이 겹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경우 말이다.
그렇다면 이런 걸 과연 운명이라 할 수 있을까?
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이야기하는 운명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것 아닐까?
2015년 출근길 페이스북, 아는 사람만 아는 한 작가의 글을 우연히 보고
당시 내가 하고 있던 생각과 너무나 똑같아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있던 그 글귀를
몇 년이 지나 우연히 꺼내본 책을 펼치다 또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그 충격.
/ 우연치곤 너무 신기하지만 잔인한걸?
난 몇 년 전 그때에도,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문제를 살고 있지 않은가.
그 많고 많은 세상 모든 우연들을 비웃기라고 하듯이 말이다.